[컴퓨터 네트워크] Physical Layer | 데이터 전송 속도의 한계, 아날로그의 디지털화 & 디지털의 아날로그화

 

지난 시간에는 물리 계층의 기본 언어인 '신호'에 대해 알아보았다. 비트가 어떻게 아날로그 신호로 표현되며, 이 신호가 전송 과정에서 어떤 손상(Impairment)을 겪는지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주어진 채널 환경에서 우리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적 한계(Data Rate Limits)를 알아보고, 실제 네트워크 성능을 측정하는 지표(Latency, Jitter)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목소리와 같은 아날로그 데이터를 어떻게 디지털 비트의 흐름으로 바꾸는지(Analog-to-Digital Conversion), 반대로 디지털 비트를 아날로그 데이터로 바꾸는지(Digital-to-Analog Conversion) 그 과정을 살펴보며 물리 계층에 대한 학습을 마무리하려 한다.


데이터 전송률의 한계: 얼마나 빨리 보낼 수 있는가?

데이터 전송 속도는 무한정 빨라질 수 없다. 여기에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1. 사용 가능한 대역폭 (Bandwidth): 신호가 지나가는 길의 폭.

  2. 사용하는 신호 레벨 (Signal Levels):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실어 보낼 것인가.

  3. 채널의 품질 (Quality of Channel): 잡음(Noise)이 얼마나 많은가.


이 요인들을 바탕으로, 두 가지 중요한 이론적 공식이 데이터 전송률의 최대치를 정의한다.


1. 나이퀴스트 비트율 (Nyquist Bit Rate): 잡음 없는 채널의 한계

이상적으로 잡음이 전혀 없는 채널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최대 비트 전송률은 채널의 대역폭과 신호 레벨의 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이것이 바로 나이퀴스트 공식이다.

  • Bandwidth: 채널의 대역폭 (Hz).

  • L: 데이터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신호 레벨의 수. (예: 2개 레벨이면 0, 1 / 4개 레벨이면 00, 01, 10, 11)

이 공식은 대역폭이 고정되어 있더라도, 신호 레벨(L)의 수를 늘리면 더 많은 비트를 한 번에 보낼 수 있어 전송률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잡음 때문에 L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2. 섀넌 용량 (Shannon Capacity): 잡음 있는 채널의 한계

클로드 섀넌은 잡음이 있는 현실적인 채널의 데이터 전송률 상한선을 정의했다. 섀넌 용량은 주어진 대역폭과 신호 대 잡음비(SNR)에서 달성할 수 있는 이론상의 최대 전송률(Capacity)을 의미한다.

  • Bandwidth: 채널의 대역폭 (Hz).

  • SNR: 신호 대 잡음비 (Signal-to-Noise Ratio).

섀넌 공식의 핵심은, 잡음이 있는 채널에서는 아무리 신호 레벨을 높여도 이 용량을 초과하여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넘을 수 없는 물리적 한계와 같다.


나이퀴스트와 섀넌의 관계

섀넌 공식은 채널의 이론적 최대 용량(천장)을 알려주고, 나이퀴스트 공식은 그 천장 아래에서 특정 비트율을 달성하기 위해 몇 개의 신호 레벨이 필요한지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실제 성능 측정하기: 지연과 지터

이론적인 최대 속도와 별개로, 실제 사용자가 체감하는 네트워크 성능은 '지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연 (Latency / Delay)

지연은 메시지 전체가 송신자에서 출발하여 수신자에게 완전히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총 시간이다. 이 시간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 전파 지연 (Propagation time): 한 비트가 물리적 매체를 통해 송신자에서 수신자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거리 / 전파 속도)

  • 전송 지연 (Transmission time): 메시지의 모든 비트를 링크로 밀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 (메시지 크기 / 대역폭)

  • 큐잉 지연 (Queuing time): 중간 라우터에서 다른 패킷들을 처리하느라 대기하는 시간.

  • 처리 지연 (Processing delay): 라우터가 패킷 헤더를 검사하고 경로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


대역폭-지연 곱 (Bandwidth-Delay Product)

이는 링크를 파이프에 비유할 때, 그 파이프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비트의 수를 의미한다. 대역폭은 파이프의 굵기, 지연은 파이프의 길이에 해당한다. 이 값이 크다는 것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가 '전송 중(in-flight)' 상태에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효율적인 통신 프로토콜 설계에 중요한 척도가 된다.

Bandwidth-Delay Product


Example

지터 (Jitter)

지터는 같은 스트림에 속한 패킷들 간의 도착 시간 변동을 의미한다. 즉, 어떤 패킷은 10ms, 다음 패킷은 15ms, 그 다음은 8ms 만에 도착하는 등 지연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현상이다.

일정한 지연보다 불규칙한 지터는 음성 통화나 영상 스트리밍, 온라인 게임과 같은 실시간 응용 프로그램에서 훨씬 더 치명적이다. 음성이 끊기거나 화면이 멈추는 현상의 주된 원인이 바로 이 지터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펄스 부호 변조 (PCM)

지금까지는 디지털 데이터를 보내는 것을 다뤘지만, 사람의 목소리나 음악 같은 아날로그 데이터는 어떻게 전송할까? 이를 위해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펄스 부호 변조(Pulse Code Modulation, PCM)다. PCM은 세 단계를 거친다.

PCM process


1단계: 표본화 (Sampling)

아날로그 신호의 진폭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측정하여 '스냅샷'을 찍는 과정이다. 이때 나이퀴스트 정리(Nyquist Theorem)에 따라, 원래 신호를 왜곡 없이 복원하려면 신호가 가진 가장 높은 주파수()의 최소 2배 이상으로 표본화를 해야 한다.

  • 예시: 사람의 음성은 보통 0-4000Hz의 주파수 대역을 가지므로, 최소 번/초의 표본화가 필요하다. (Sampling rate = 8000 samples/s)

Sampling


2단계: 양자화 (Quantization)

표본화된 값(여전히 연속적인 값)을 미리 정해진 유한한 개수의 이산적인 대표값으로 근사시키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2.7V는 3V로, 1.2V는 1V로 반올림하는 식이다.

  • 당연히 이 과정에서 실제 값과 대표값 사이의 양자화 오류(Quantization Error)가 발생한다. 더 많은 레벨을 사용할수록 오차는 줄어들지만, 한 표본을 표현하는 데 더 많은 비트가 필요하게 된다.

  • L개의 레벨을 사용한다면, 한 표본당 비트가 필요하다. (예: 8비트/샘플 = 레벨)

Quantization



3단계: 부호화 (Encoding)

양자화된 각 대표값을 이진수(Binary code)로 변환하는 마지막 단계다.

이 세 단계를 거치면, 부드러운 아날로그 파형은 0과 1의 나열인 디지털 데이터 스트림으로 변환된다. 위 음성 예시를 종합하면 최종 비트율은 다음과 같다.

Bit rate = (8000 samples/s) × (8 bits/sample) = 64,000 bps = 64 kbps



또 다른 변환 방식: 델타 변조 (Delta Modulation, DM)

PCM이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더 간단한 방식도 있다. 델타 변조(DM)는 PCM처럼 표본의 절대적인 값을 부호화하는 대신, 이전 표본과의 값 차이(델타)만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Delta Modulation

  • 동작 원리: 현재 표본값이 이전 값보다 크면 '1' (증가), 작으면 '0' (감소)과 같이 비트 하나로 변화를 표현한다. 이 방식은 복잡한 부호화 과정이 없어 구현이 간단하다.

  • 특징: PCM과 달리 정해진 코드워드가 없으며, 비트들이 순차적으로 하나씩 전송된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조 기법 (ASK, FSK, PSK)

지금까지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을 보았다면, 이제는 그 반대의 과정, 즉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여 전송하는 기법을 알아볼 차례다. 이 과정을 변조(Modulation)라고 하며, 0과 1의 정보에 따라 반송파(carrier signal)라는 기준 신호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1. 진폭 편이 변조 (Amplitude Shift Keying, ASK)

ASK는 디지털 데이터 값에 따라 반송파의 진폭(amplitude)을 변경하는 가장 간단한 변조 방식이다.주파수와 위상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예를 들어, 비트 '1'은 특정 진폭을 가진 신호로, 비트 '0'은 진폭이 0인 신호(없는 신호)로 표현할 수 있다.

ASK

2. 주파수 편이 변조 (Frequency Shift Keying, FSK)

FSK는 데이터 값에 따라 반송파의 주파수(frequency)를 변경한다. 예를 들어, 비트 '1'은 높은 주파수(f1)로, 비트 '0'은 낮은 주파수(f2)로 표현하는 식이다. 진폭과 위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FSK

3. 위상 편이 변조 (Phase Shift Keying, PSK)

PSK는 데이터 값에 따라 반송파의 위상(phase)을 변경한다. 진폭과 주파수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예를 들어, 비트 '1'은 0도의 위상을, 비트 '0'은 180도의 위상 변화를 주어 표현할 수 있다. ASK나 FSK에 비해 잡음에 강한 특성이 있다.

PSK


링크 공유 기술: 다중화 (Multiplexing)

물리적 링크(케이블 등)의 대역폭이 전송하려는 신호들의 대역폭 총합보다 클 때,

하나의 링크를 여러 채널로 나누어 동시에 여러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을 다중화(Multiplexing)라고 한다. 여러 개의 입력 라인을 하나로 합치는 멀티플렉서(MUX)와, 합쳐진 신호를 다시 여러 개로 분리하는 디멀티플렉서(DEMUX)를 사용한다.

Multiplexing

주파수 분할 다중화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 FDM)

FDM링크의 전체 주파수 대역폭을 여러 개의 더 작은 주파수 채널로 분할하여 각 채널을 서로 다른 신호에 할당하는 아날로그 다중화 기법이다. 라디오 방송국들이 각자 다른 주파수 채널을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채널 간의 간섭을 막기 위해 가드 밴드(guard bands)라는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영역을 두기도 한다.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


FDM example


결론

물리 계층에 대한 두 번의 학습을 통해, 0과 1의 비트가 어떻게 물리적 세상을 여행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신호의 특성과 한계(나이퀴스트, 섀넌), 실제 성능을 좌우하는 지표(지연, 지터), 그리고 현실 세계의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PCM)과 반대로 디지털을 아날로그 정보로 바꾸는 방법까지.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터넷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이제 비트가 어떻게 전송되는지 알았으니, 다음 단계인 데이터 링크 계층에서는 이 비트들을 어떻게 묶어 '프레임'이라는 의미 있는 단위로 만들어 인접한 노드 간에 신뢰성 있게 전달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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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on_B

안녕하세요! AI 기술을 이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과기원생 Hyeon이라고 합니다. 저는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일들은 인공지능이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만, 인공지능은 데이터로 부터 연관관계를 학습하기 때문에 지식들을 새로 통합해서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인공지능이 뉴턴 전에 만들어졌다면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고, 아인슈타인 전에 만들어졌다면 중력이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본질'을 탐구하고 그 본질로부터 다른 곳에 적용하며 인공지능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함께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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