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구조와 TCP/IP 5계층 모델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스택의 가장 아래, 즉 가장 근본이 되는 물리 계층(Physical Layer)으로 내려가 본다. 컴퓨터가 이해하는 0과 1의 나열인 디지털 데이터가 어떻게 물리적인 세상을 건너 다른 컴퓨터로 전달될 수 있는지, 그 원리를 신호(Signal)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정리하는 것이 이번 학습의 목표다.
데이터와 신호 (Data and Signals)
물리 계층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데이터와 신호를 구분하는 것이다.
데이터(Data): 의미를 가지는 정보 그 자체를 의미한다. 데이터는 연속적인 값을 갖는 아날로그 데이터(사람의 목소리 등)와 이산적인 상태를 갖는 디지털 데이터(컴퓨터의 0과 1)로 나뉜다.
1 신호(Signal):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변환된 전자기적 표현이다. 신호 역시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아날로그 신호와 미리 정의된 유한한 값(전압 레벨 등)을 갖는 디지털 신호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통신에서는 주기적인 아날로그 신호와 비주기적인 디지털 신호가 널리 사용된다. 물리 계층의 핵심 역할은 바로 이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여 전송 매체(케이블, 공기 등)를 통해 실어 보내는 것이다.
아날로그 신호의 3요소
모든 주기적인 아날로그 신호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는 사인파(Sine Wave)다. 복잡한 신호들도 결국 이 단순한 사인파들의 조합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사인파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 최대 진폭 (Peak Amplitude)
최대 진폭은 신호의 가장 높은 강도의 절댓값으로, 보통 전압(Volts)으로 측정된다. 진폭이 크다는 것은 신호의 에너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Peak amplitude |
2. 주파수 (Frequency)와 주기 (Period)
주기(Period)는 신호가 한 번의 사이클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초)을 의미하며, 주파수(Frequency)는 1초 동안 반복되는 주기의 횟수를 나타낸다. 주파수의 단위는 헤르츠(Hz)를 사용한다.
주기와 주파수는 서로 역수 관계에 있다:
Frequency / Period 주파수는 시간에 대한 변화율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신호가 짧은 시간 동안 더 빠르게 변하고, 주파수가 낮으면 더 천천히 변한다.
3. 위상 (Phase)
위상은 시간 0을 기준으로 한 파형의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낸다. 보통 각도(degree)로 표현하며, 신호가 어디서 시작하는지를 정의한다. 예를 들어, 90도의 위상차는 파형이 주기의 1/4만큼 앞에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복합 신호와 대역폭 (Composite Signals & Bandwidth)
단 하나의 주파수를 가진 순수한 사인파는 실제 데이터 통신에서는 유용하지 않다. 의미 있는 정보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단순한 사인파가 합쳐진 복합 신호(Composite Signal)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의 분석에 따르면,
모든 복합 신호는 서로 다른 주파수, 진폭, 위상을 가진 단순 사인파들의 조합으로 분해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신호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폭 변화로 보는
시간 도메인(Time-domain) 관점과, 신호를 구성하는 주파수 성분들의 진폭으로 보는 주파수 도메인(Frequency-domain)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다.
Time domain / Frequency domain
여기서 대역폭(Bandwidth) 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대역폭은 복합 신호에 포함된 주파수들의 범위, 즉 가장 높은 주파수와 가장 낮은 주파수의 차이를 의미한다. 이 대역폭이 클수록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다.
Bandwidth |
신호 손상 (Signal Impairment)
신호가 전송 매체를 통해 이동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신호는 원래의 형태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를 신호 손상이라고 한다. 주요 원인은 세 가지다.
1. 감쇠 (Attenuation)
감쇠는 신호가 매체의 저항을 극복하며 에너지를 잃는 현상이다. 신호의 세기가 약해지는 것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증폭기(Amplifier)를 사용한다.
신호의 감쇠나 증폭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데시벨(Decibel, dB) 단위를 사용한다. 두 지점에서의 전력(Power) P1과 P2의 비율로 계산하며, 신호가 감쇠하면 음수 값을, 증폭되면 양수 값을 가진다.
2. 왜곡 (Distortion)
왜곡은 신호의 형태나 모양 자체가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주로 복합 신호를 구성하는 여러 주파수 성분들이 전송 매체를 통과하는 속도가 달라 위상 변화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3. 잡음 (Noise)
잡음은 원하지 않는 외부 신호가 기존 신호에 섞이는 현상이다. 열 잡음(thermal noise), 유도 잡음(induced noise), 혼선(crosstalk)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잡음은 신호 손상의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이때 신호의 품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바로 신호 대 잡음비 (Signal-to-Noise Ratio, SNR)다. 이는 이름 그대로 신호 전력과 잡음 전력의 비율을 나타낸다.
결론
물리 계층의 핵심은 디지털 비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호의 3요소(진폭, 주파수, 위상)를 조절하고, 여러 사인파를 합쳐 정보를 담은 복합 신호를 만든다. 하지만 실제 전송 환경에서는 감쇠, 왜곡, 잡음과 같은 신호 손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통신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채널의 대역폭(Bandwidth)과 SNR은 우리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강의에서 다룰 데이터 전송률의 한계(Nyquist, Shannon Capacity)는 바로 이 개념을 바탕으로 도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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